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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미국에서의 히스패닉(Hispanic) 파워

미국 인구통계국의 미국인구 시계를 보니 오늘 현재 3억 950만명이 좀 넘는다.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대 인구대국인데,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선진국들이 인구감소로 고민을 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은 도대체 어떻게 인구가 늘고 있는 걸까?

미국의 인종별 구성비

 

1990년

2000년

2009년

  백인

83.1%

69.1%

 65.0%   2억명

  흑인

13.2%

12.3%

 12.3%   3천770만명   

  히스패닉

9.3%

11.3%

 15.8%   4천840만명

  아시안

3.2%

3.6%

  4.5%   1천370만명

  기타

1%

1.2%

  2.4%   530만명


(1990:These figures add up to more than 100% on this table because Hispanic and Latino Americans are distributed among all the races and are also listed as an ethnicity category, resulting in a double count / 2000:Two More 2.5%)


미국인구의 증가 =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미국의 인구증가'는 바로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다. 1990년에 2천 1백만명에 불과하던 그히스패닉계의 인구가 2000년엔 3천 4백만명으로 늘어났다. 10년 간 무려 1천 300만 명(57.9%)이 증가한 것이다. 2009년에는 4천 8백4십만명이 되었다. 그새 또 1천 4백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무서운 증가세다. 

(Hispanic은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 국가 출신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단어에 다소 경멸적인 뉘앙스가 담겨져 있다고 해서 Latino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 출신 사람들이란 의미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 출신사람들 전부가 라티노인 것은 아니다. 인구 센서스의 분류를 보면 ‘Hispanic or Latino, non white’으로 표시되어 있다. 중남미국가 출신에 스페인어를 쓰지만 인종으로는 백인인 사람들 (이들은 자신들이 히스패닉, 라티노로 분류되는 걸 거부한다)이 중복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히스패닉’ 혹은 ‘라티노’는 중남미 국가 출신이면서 ‘백인이 아닌’ 사람들을 의미한다)

비록 구성 비율은 줄었지만 아직은 백인이 미국의 최대인종이다. 하지만 백인 베이비 부머 세대가 노령기에 접어들어 백인 증가율이 크게 떨어진데 비해 '가임연령대의 히스패닉계'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5세 미만 청소년층의 인구비율을 보면 이 현상을 확연히 볼 수 있다.

2009년 15세 미만 연령대에서 백인의 비율은 불과 54% 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의 인구 증가가 이런 상황으로 계속된다면 2050년엔 히스패닉의 인구가 미국 전체의 30%가 넘게되고, 백인의 비율은 50.1%로 줄게 될 것이라고 한다.


히스패닉 파워
아무리 백인 인구비율이 줄었다고 해도 미국은 여전히 백인의 나라이다. 대통령 하날 흑인으로 뽑았다고 해서 이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미국은 백인의 나라, 앵글로 색슨의 나라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일부 주를 놓고 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백인들의 절대권력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를 보자.

캘리포니아의 히스패닉 인구비율은 1990년에 29.9%, 2000년에 35.1%, 2009년엔 39%를 차지한다. 미국 전체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다. 길거리에서 느끼는 '체감'으로 보면 그들의 비율은 70% 이상이다. 하지만 이게 단순히 체감만은 아니다. 깜짝 놀랄만한 조사수치가 있다. 15세 미만 청소년층의 인구비율..

15세 미만 인구로 보면 캘리포니아의 히스패닉 비율은 무려 72%다. 캘리포니아 아이들 열명중 일곱명이 히스패닉인 것이다. 이 추세로 가면 2016년엔 히스패닉이 캘리포니아의 최대 인종이 되며, 2042년엔 캘리포니아 인구의 절반을 히스패닉이 차지하게 된다.

아래 그림에서 색깔이 진한 곳이 바로 히스패닉들의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흰색은 0%, 가장 진한 곳은 95%~100%를 의미한다. 설마 이런 곳이 있을까 싶겠지만, 서부 농장지대를 가면 극소수 농장주 백인을 제외하곤 99.9%가 히스패닉인 곳이 많다. 전반적으로는 미국 서부지역 그중에서도 텍사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가 히스패닉의 인구밀도가 상당히 높다는 걸 보여준다.

내가 살고 있는 LA의 사정을 보자. 이곳도 대단하다. LA의 히스패닉 인구는 1990년에 40%, 2000년에 47%, 그리고 올해 2010년에는 50%를 넘어선다. LA 시민 두명중 한명이 히스패닉인 셈이다. LA는 이미 미국인지 남미의 어느 곳인지 헷갈릴 정도로 히스패닉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Se Habla Espanol 스패니쉬 말 합니다’ 라는 푯말이 없이는 아예 장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히스패닉의 파워는 이제 '음식 많이 먹는' 소비력 강한 사람들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인구가 많은만큼 정치력 또한 막강해졌다. 전체유권자의 20%가 히스패닉이다. 물론 이 비율은 히스패닉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히스패닉의 표를 얻지 못하면 선출직은 꿈도 꾸지 못한다. LA시장이 히스패닉이고 상당수 선출직 공무원들이 히스패닉이다. 

(* 그중 멕시칸 파워가 가장 뚜렷하다. 캘리포니아 히스패닉을 출신국가별로 분류하면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캘리포니아 전체인구 3천 9백만중 39%인 1천5백만명이 히스패닉인데, 그 히스패닉의 84%가 멕시코 출신이다. 즉 캘리포니아에 무려 '1천 3백만명'의 멕시코인들이 산다는 뜻,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의 34%가 멕시코인들이라는 뜻이다. 멕시코 본토의 인구가 1억 4백만명이라니 본국인구의14%에 해당하는 멕시코 교포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셈이다.) 


백인들의 입장에서는 히스패닉계의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이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