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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30년 이내 Big One 확률 99%?

1.확률
동전을 10번 던져서 10번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은 1/1024이다. 계산근거는 1/2 * 1/2 *.. 이렇게 1/2(앞면이 나올 확률)을 내리 열번 곱해서 나온 게 1/1024다. 이해하는 척 하지만 왜 ‘곱하기’를 했는지는 잘 모른다. 자 여기서 문제 하나 풀어보자. 동전을 9번 던졌는데 9번 내리 앞면이 나왔다. 그렇다면 마지막 동전던지기까지 앞면이 나와 확률 1/1024의 사건이 진짜로 발생할 확률은?.. 난 금세 답이 안나왔었다. 금세 푼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확률'이란 건 그리 쉬운 개념은 아닐 것이다.

다음..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우승할 확률이 1/500 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거 무슨 뜻일까? 브라질의 우승 확률을 1/2, 1/3 이러는 거 보면 분모가 크면 클수록 우승 확률이 떨어진다는 정도는 눈치챈다. 그렇지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른다. 도박사들이 배당금을 정할 때 사용하는 확률인 모양인데 남아공월드컵을 똑같이 500번 정도 열면 우리나라가 한번 우승할 수 있다는 뜻인가? 하지만 같은 선수들끼리 500번이나 똑같은 조건에서 시합을 가질 수는 없다. 모르겠다.

이렇게 헷갈리는 확률은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도 있다. 오늘 서울에 비올 확률 20%.. 이건 뭔가? 하도 흔히 들어서 그러려니 하지만 사실 이처럼 애매한 것도 없다. 비가 올 확률이 20%라니? 20% 지역에서 비가 온다는 말인가 아니면 ‘오늘이라는 날이 똑같이 다섯번 오면 그 중에 하루가 비가 온다’는 말인가? 알아보니 '비올 확률 20%'란 과거 이런 기상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을 때, 과거에 비가 온 날이 20%, 즉 다섯날 중 하루였다는 뜻이란다.

기상예보 종사자들을 먹여살리는 생명의 개념이 아닐 수 없다. 비가 와도 떳떳하고, 비가 안 와도 욕 안 먹는다. 그렇다고 이런 애매한 '확률' 발표를 뭐라하는 사람도 없다. 당연하다고 여긴다. '확률'이란 것이 상당히 과학적인 것으로 들리지만 실상은 이렇게 사람들을 홀리는 주술같은 면이 있다. 


2.지각판/판구조론
나는 지금껏 대동여지도를 가장 불가사의한 것 중의 하나라고 여겨왔다. 발로 걸어다니면서 한반도 전체의 지도를 그토록 비교적 정확하게 그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매일 다니는 우리동네의 지형도 잘 모르는데 한반도 전체를 걸어다니면서 그렇게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그 대동여지도보다 더 불가사의한 지도가 있으니 바로 지구 지각판 지도이다.

이거 어떻게 그린 것일까? 지표에서 40킬로 아래에 있다는 지각판을 도대체 무슨 수로 알아내 이렇게 경계선까지 찾아낸 것일까? 과학자들의 설명으론 무슨파 무슨파들을 이용했고, 위성사진으로도 함께 분석한 거라고 한다.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들의 노고에 감사해하고는 있지만 이 얘기는 곧이 곧대로 믿어지지는 않는다. 알고보니 이 얘기는 판구조론(板構造論, Plate tectonics)이란 이론일 뿐이었다. 무슨무슨 ‘론’이라고 하는 건 누군가 주장을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고 증명도 하지 못하는 그런 주장을 뜻한다.

이 판구조론이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가 바로 '지진'이다. 지구가 모두 열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판들이 움직이면서 서로 부딪히는 것이 지진이라는. 그러나 지진이론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탄성반발론이라는 것도 있단다. 뭔지는 잘 모르지만 단층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하지만 현재 대세는 이 판구조론인 모양이다. 모든 지진을 ‘무슨 판과 무슨 판이 만나서 일어났다’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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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30년 이내에 캘리포니아에 진도 7.8~9의 Big One이 올 확률 99%
2008년 7월 지진연구에 있어서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캘텍(Caltech) 지진연구소가 발표한 내용이다. 근거는 이랬다. 과거의 모든 지진을 추적 분석하고, 작금의 지각판 변화를 분석하고.. 기타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 봤을때 그렇단다.

당시 TV에서는 대지진과 해일로 캘리포니아 전체가 바닷속에 가라앉는 다큐멘터리와 그래픽 동영상들이 넘쳐났었고, 그걸 보면서 괜히 불안하고 찝찝하고, 그래서 농반진반으로 빨리 LA를 떠야겠느니 캘리포니아를 떠야겠느니 그랬었다.


몇 년이 흘렀다. 빅원은 없었다. 하지만 어디서든 지진이 발생하기만 하면 LA에선 이 예측이 반복 인용 보도된다. 향후 30년 이내에 캘리포니아에 진도 7.8~9의 빅원(Big One)이 올 확률 99%.. Haiti 지진 이후에 이 내용이 신문에 또 실렸다. 진도 7.8이라면 중국 쓰촨성 지진과 같은 진도이니 이런 빅원이 LA를 강타하면 LA주민들은 대부분 목숨을 잃게 된다는 둥.


지진발생의 예보와 확률 - 지진 몇초 전에야 겨우 알아낸다
현재의 지진예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지진연구소 스스로들의 발표에 의하면 여러가지 전조현상들을 종합해 지진을 예보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조현상이 몇일전에 나타났다 하더라도 그것이 지진으로 실제 연결될지 안될지는 모른단다. 지진은 원래 그런 거란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지진의 정확한 예보는 아무리 빨라야 ‘지진 발생 몇초 전’이라고 한다.

지진 피해의 대부분은 건물에서 발생한다. 근데 지진 발생 5초전에야 지진을 예측하는 건 피해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시민들에게 알린다는 게 불가능할 뿐더러 설사 즉시 알릴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짧은 여유 시간으론 대피할 수도 없다. 지진은 대개 오륙초 길어야 이삼십초간 발생한다. 즉 연구소에서 지진을 예측하고 전 시민에게 알리는 사이 지진은 이미 끝나고 사람들은 건물더미에 깔린 이후다.


근데 '향후 30년 이내'?
이번 주 또는 이번 달에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아니다. 올해나 내년도 아니다. '30년 후'도 아니다. ‘향후 30년 이내’란다. 내일 당장 빅원이 와서 LA시민 전체가 죽을 수도 있고, 30년후 마지막 날에 그렇게 될 수도 있단다. 아니 1%가 남았으니 빅원이 아예 안 올수도 있단다. 이런 예측은 ‘육십대 사람들이 향후 30년 이내에 죽을 확률 99%’보다도 더 쓸데가 없다. 이런 걸 듣고 뭘 어떻게 하라고?

좋다. 향후 30년 이내에 빅원 발생 확률 99%가 맞다고 치자. 근데 우리가 이걸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과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걸 대비하기 위해선 오직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수 밖엔 없다. 근데 언제? 향후 30년 이내 언제? 도대체 언제 캘리포니아를 떠나야 하느냔 말이다.

명색이 지진연구소이니 뭔가 연구한 티를 내야겠고, 명색이 언론이니 뭔가 쇼킹한 기사를 써야겠으니 그냥 무책임하게 떠벌인다. 하지만 이건 쓰레기다. 이건 테러다. 시민들은 괜한 불안감과 공포심에 떤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불안감이나 공포심은 줄어들지만 마음 한구석 찝찝한 것이 늘 남아있다. 아.. 여길 뜨긴 떠야 하는데..


‘향후 30년 이내 확률 99%’? 이게 어떤 의미가 있지? 혹시 종말론?
Haiti 지진이 터지자 또 튀어나온 기사 ‘향후 30년이내..’ 30년 이내에 빅원이 오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빨리 빨리 캘리포니아에서 도망 나가라고? 근데 가면 어디로 가라고? 오레건정도면 안전하냐? 그 어디도 지진에서 100% 안전한 곳은 없다고? 그럼 뭐 어쩌라고? 곧 종말이 올 터이니 인생 포기하고 그냥 살라고?

또 막상 지진이 닥치면 평소에 이게 올거라고 알고 있던 것과 모르고 있던 것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지진사망자의 절대다수는 건물더미에 깔려죽는 사람이다. 30년 이내에 지진이 올거라고 알고 있던 사람은 그걸 모르고 있던 사람에 비해 건물더미에서 더 안전한가? 전혀 아니다. 우리가 평소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지진의 대비해 비상식량이나 의약품을 준비하는 정도다.

이런 상황에 '30년이내 빅원 확률 99%'는 그런 무책임한 종말론과 전혀 다를게 없다. 종교단체에서 써먹는 종말론, 혹세무민하는 최고의 종교 힛트상품이다. 사람들에게 불안감 조성해서 이익을 취한다. 아주 악질에 속하는 공갈협박이다. 근데 이런 걸 과학자들이 똑같이 흉내내고 있는거다.

지진연구하는 분덜! 고생많이 하신다. 하지만 아무리 밥값을 해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라도 ‘향후 30년 이내에 Big One이 올 확률 99%’ 같은 무책임한 발표는 하지 마시기 바란다. 지진 몇초 전에야 겨우 알아내는 주제에 ‘향후 30년 이내 확률 99%’? 굳이 밥값하느라 뭔가 발표해야 하는 거라면 ‘내일 지진 확률 1/2천만’이라든가 ‘일년후 지진 확률 1/오십만’처럼 그나마 현실감이 있는 예측발표를 하시라. 아직 그럴 수준이 안되는 거면.. 제발 그 입이나 좀 다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