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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섹스 중독증과 타이거 우즈

클린턴의 면죄부, 섹스중독증
빌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인턴직원 르윈스키와 섹스를 했다. 우리로선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사건이다. 한국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인턴여직원과 섹스를?.. 근데 클린턴은 임기를 무사히 다 마쳤고 지금 멀쩡하게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받으며 산다.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미국이란 데가 아무리 성적으로 개방되었다고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여직원과 섹스를 했는데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의학의 도움이었다. 전문가들이 당시 클린턴을 ‘섹스 중독증 sex addicts, sexual addiction, nymphomania’ 환자라고 진단했었던 것이다. 그래서 ‘천하의 난봉꾼이 아니라 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거였대..’가 된거다.


섹스중독증
섹스 중독자란 성충동을 참지 못해 시도 때도 없이 섹스를 하려 하고, 섹스에 대한 집착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다. 쉬운 말로 하면 그냥 色狂이다. 배우자의 성적 결함으로 오래도록 굶어 외로움에 지친 사람중 혹자는 ‘그런 사람 한번 만나봤으면..’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이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시도 때도 장소도 없이 일년 365일 하루에 두세번씩 하자고 달려드는 사람을 버텨낼 사람은 없다. 운 좋게 섹스중독자끼리 부부가 되었다면 모를까 정상적인 사람에게 이건 무리다. 그래서 까다로운 우리나라 이혼법정에서도 이 섹스중독중은 이혼사유에 가볍게 해당한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성적으로 왕성한 사람’이고 어디부터가 ‘섹스 중독자’인지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일년 365일 매일 섹스를 한다고 그게 전부 섹스중독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배우자를 너무 사랑하고 성적으로 왕성해서 그럴 수 있다. 그래서 그걸 구분하기 위한 문항들이 있다.

1. 너무 자주 섹스를 요구해 부부간에 다투거나 금이 간 적이 많다.
2. 하루라도 섹스를 하지 않고는 잠을 못 잔다. 섹스를 못하면 자위행위라도 해야 한다.
3. 술을 마시면 반드시 섹스를 해야한다.
4. 섹스를 할 수 있다면 상대방이 누구이건 관계가 없다.
5.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섹스를 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6. 섹스를 하기 위해 안마시술소나 이발소, 사창가 등을 자주 찾는다.
7. 변태적인 섹스에 대한 강한 충동을 느낀다.
8. 자신이 섹스를 너무 밝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한다.
9. 섹스를 하고 싶을 때 섹스를 하지 못하면 불안해 견디기 힘들다.
10. 실제적인 섹스외에도 간접적인 섹스(포르노 등)를 매일 즐긴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위 10개의 질문중에 3 개 이하가 해당되면 그냥 성적으로 왕성한 사람, 4~5개 해당되면 섹스 지상주의자, 6~7개 해당되면 섹스 중독자, 8개 이상 해당되면 심한 섹스 중독자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본단다.


왜 중독에 빠지는가
중독이란 ‘뭔가에 과도하게 얽매이고 그것을 중단하면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인 어려움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섹스중독증이란 ‘성적 욕구 때문에 일상생활이 지장을 받는 상태, 즉 하루 온종일 섹스에 대해 생각하고, 상대를 불문하고 여자만 보면 성욕이 치솟고, 그걸 실행하지 못하면 자위행위라도 해야 하고, 그런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이를 통제하지 못해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상태’이다.

늘 새로운 자극, 더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는 탐닉형 사람들이 중독에 잘 빠진다. 또 현실도피적인 사람들도 중독에 잘 빠진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친구도 없고 취미나 사회활동이 거의 없는 사람들도 중독에 잘 빠진다. 이런 사람들에게 중독은 도피처다. 중독은 습관의 병 혹은 마음의 병이다. 하지만 이 중독증이라는 것은 정체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성격이나 심리적인 요인 외에도 신체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등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뇌분비물질의 이상
정상적으로 멀쩡한 사람들도 중독에 빠진다. 아무리 뒤져봐도 성격적 결함이나 심리적 요인은 없다. 그래서 요즈음엔 중독을 ‘마음의 병’이 아닌 ‘뇌기능 장애’차원에서 접근한다. ‘마음’이라는 걸 뇌 분비물의 작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 성욕을 느낀다는 것은 어떤 자극이나 특별한 상황조성에 의해 신경계 홀몬계에서 어떤 분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성적욕구가 일어나면 섹스를 하려고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으면 그 욕구는 곧 사그라든다. 또 상황이 맞아 섹스를 하면 사정이나 오르가즘에 도달하게 되고 그때 몸과 마음의 기분이 최고조에 달한다. 우리 몸의 해당 신경계 홀몬계의 분비가 복잡하게 출동하여 그렇게 되는 걸거다. 그리곤 서서히 모든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와 한동안 성욕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다가 적당한 시차를 두고 또 어떤 자극이 있으면 다시 시작되는.. 이게 정상적인 사람의 정상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자극도 없고 상황이 이루어지도 않았는데 강한 성욕을 느끼며, 그 떄 섹스를 하지 못하면 패닉상태에 빠진다. 특별한 상황에서만 분비되어야 할 것이 시도 때도 없이 분비되고, 그것이 만족되지 않으면 나쁜 물질들이 분비되거나 혹은 분비되어야 할 것들이 분비되지 않아 정신적 신체적으로 패닉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섹스를 하거나 자위를 하는데 적당한 휴지기도 없이 또 다시 성욕이 솟는다.


섹스중독증은 病
이런 것들을 뇌의 신경전달(조절)물질이나 (신경)홀몬의 분비 이상이라고 본다. 그래서 요즈음엔 이 섹스중독을 병의 범주에 넣고 치료한다. 뇌의 분비물질 이상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약물치료가 상당한 효과를 본다고 한다. 중독증이 모두 뇌의 분비물질이상이라는 가설을 증명하듯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 섹스중독증에 효과가 있고, 알코홀 중독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 도박중독증에 교차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무튼 섹스중독의 치료는 다른 중독증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일정기간 금욕, 인지행동치료, 상담 그리고 약물치료다.


타이거 우즈도 섹스중독증
오늘 타이거 우즈가 이 섹스 중독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떴다. 지금 어딘가에 갇혀서 섹스를 일절 하지 않으며 상담도 받고 약물치료도 받고 있겠다.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건드리다가 그게 발각되는 바람에 성실하던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내가 처음에 생각했듯이 ‘돈 많은 젊은 놈이 한 때 그럴 수도 있다’ 이렇게 다들 생각해줬으면 좋겠는데 여론은 그게 아니었다. 타이거가 궁지에 몰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클린턴을 구해줬었던 카드를 꺼냈다. 섹스중독증.

‘거봐 팔봉꾼 아니잖아. 병 때문에 그랬던 거래잖아. 그만 용서해 주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