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벽돌집 새벽이 오도록 빈 벽돌 속에 시를 점화하며, 수신자 불명의 편지만 켜켜이 쌓여가던 세월, 그 아이는 떠나고 벽돌집도 이내 허물어지고 말았지만 가슴속 노을 한 채 지워지지 않는다 내 구워낸 불들 싸늘히 잠들고 비록 힘없이 깨어지곤 하였지만 고색 창연한 오지벽돌집과 그 벽돌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뒤덮고 있던 담쟁이 덩쿨, 꽤 넓었던 마당을 윗쪽과 아래쪽에서 꽉 채우고 있던 아주 커다란 아름드리 푸른단풍 그리고 빨긴단풍 두 그루와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온갖 풀들 꽃들, 진도개 한마리. 봄부터 가을까지 그 동산은 언제나 갖가지 색의 온갖 나무와 꽃들로 항상 붐볐고, 나는 그 동산 이곳저곳을 '惡姬'와 뛰어다니곤 했었다. 어느 봄날, 이미 개나리는 동산에 많이 있었다. 그래서 개나리의 노란색에는 분홍빛의 진달래와.. 더보기 이전 1 ··· 703 704 705 706 707 708 70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