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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민족과 국가 3 - 민족과 국가? 머지않아 사라질 개념

이 땅에서 국적을 포기한다는 것이 가진 정서적 충격파는 정말 크다. 손자가 할아버지 모르게 국적을 포기했어도 그 할아버지의 이름이 공개되어 비난을 받는 세상이다. 물론 개중에는 욕먹어도 싼 새끼들도 있다. 궁정동의 김계원 등등..

물론 병역의 문제가 나오면 나도 흥분한다. 몇년전 미국에 온 친구의 미국행 이유가 단지 아들넘 군대 안보내기 위해서라는 얘길 듣고 흥분해서 한바탕 한적도 있었다.하마터면 친구지간 갈라질 뻔 했다. 내가 하도 흥분해서.. 근데 만약 냉철히 생각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빠질 기회가 충분히 됨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조국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들중 어느 하나도 순수한 애국심으로 그러한 행동을 했다고 보여지는 경우는 없다. 정치적 계산에 의해, 한국에서 살아갈 내 앞날을 위해 그리할 뿐이다.

예전, 연예인들의 병역회피는 바보아니면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가 아는 삼사십대 연예인중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다수 쉐이들은 당연한 것인양 다 빠져버렸다. 하지만 요즈음 연예인중 아주 '재수없이' 병역회피가 공개되어 망신살을 당하는 넘들이 있다. 네티즌은 광분한다. 그 네티즌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당신 같으면 기회가 되어도 아무런 계산없이 당당히 국방의 의무를 선택할 것인가?

한국이 아직도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전쟁의 위협 때문이다. 만약 그것을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군대에 갈 것인가? 애국애족만을 강조하며 과연 군인들을 모을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거다.

다시 나의 얘기로 돌아간다. 재검에 재검을 받으면서 굳이 현역으로 입대한 나였다. 입영전야 불러대며 오만 짓를 해대던 입대전의 그 쌩쑈들. 그게 과연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청년으로서 국가를 위한 애국심의 발로였을까? 지금 고백한다. 아니다. 단지 남자로서 '쪽팔리기 싫어서' 그렇게 현역을 갔었다. 

그러나 요즈음, 그렇게 멍청한 넘들은 없다. 대학생 반 이상이 빠질 수만 있다면 조국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민족과 국가가 같은 개념이며 국가가 숙명이었던 시절은 벌써 오래 전에 끝났다. 그들을 욕할 일이 아니다. 이미 그게 대세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민족과 국가의 개념은 이미 급속하게 파괴되어 가고 있다. 월드컵 축구에 보이는 붉은 악마의 집단 광기는 자신들의 그런 '반 국가적 속성'을 감추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이 납세와 같은 기본적인 의무를 계약하고 어떤 국가의 보호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철저히 그 자신 고유의 권한이다. 독일의 테니스스타 슈테피 그라프는 당당하게 독일을 떠나 미국시민이 되었다. 세금 때문이다.

아예 그런 권한을 행사한 자들이 모여 세운 새로운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나도 지금 그 미국에 와서 산다. 소위 이민 1세대이다.

내게는 분명히 배달민족이라는 민족주의가 아직 남아있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주는 상징성에 아직까지 복종감을 가진 그런 사람이다. 그러나 2세들이 되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들의 조국은 당연히 미국이며 또한 자기가 한국민족임을 자랑스러워야 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냥 미국시민일 뿐이다.

우리가 그렇게 악랄하게 위성미라고 부르는 그 아이, 미쉘 위.. 한국기자들이 가끔 당혹하다. 위성미와 그 아버지 위병욱이 오히려 한국기자들을 홀대하기 때문이다. 위성미는 한국의 기자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달라고 조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자꾸 한국말 할줄 아느냐, 한국말로 하자..이럴땐 정말 짜증난다고 한다.

NFL의 명 와이드리시버 하인즈도 마찬가지다. 한국기자들을 피한다. 어머니가 한국인이라서 뭐가 어쨌다는 거냐..이런 식이다. 민족의 문제는 그들에게는 없다. 이렇게 몇세대가 흘러가면.. 그야말로 민족과 조상국가의 개념은 완전히 사라진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사십년가까이 몸담았던 국가를 과감히 벗어나 내가 찾은 새 국가에서 살건만,
아직까지 나를 옭아매는 민족과 국가는 과연 무언가.


→ 민족과 국가 1 – 크리스티나 김에 대한 비난
→ 민족과 국가 2 – 김초롱은 떳떳하다
→ 민족과 국가 3 – 민족과 국가? 머지않아 사라질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