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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미 대학농구 - 3월의 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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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Rhyme 이라는 게 있다. 말끝의 운을 서로 맞추는 것이다. No Pain No Gain, Back Pack, Down Town, Dream Team, Fine Wine, Fender Bender, itsy bitsy teeney weeney yellow polka dot bikini..

이것만큼 많이 쓰이는 것이 alliteration 이다. 두 단어의 첫음을 일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Mickey Mouse, Donald Duck, Crystal Clear, Dark and Damp, Colorful Colorado..

요즈음 미국 전체가 이런 alliteration 하나로 들끓는다. March Madness! 전미 대학농구 64강전이다. 역시 alliteration으로 16강은 Sweet Sixteen, 8강은 Elite Eight, 4강은 Final Four 라고 한다.


미국에서 대학스포츠의 인기는 대단하다. 특히 농구와 풋볼은 웬만한 다른 프로스포츠 경기를 능가 한다. 프로 풋볼 NFL, 프로농구 NBA, 프로야구 MLB, 프로하키 NHL, 자동차경주 NASCAR 정도만이 앞에 설뿐 대학농구와 대학풋볼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예전 한국에서의 추계대학농구 연맹전이나 농구대잔치같은 정도들을 떠올리면 결코 안된다.

이 대학스포츠를 총괄 관장하는 조직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NCAA(National Coolegiate Athletic Association)이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도대체 이 NCAA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땅덩어리가 넓어 대학들이 워낙 많다 보니 학교들을 분류하고 나누는 것이 여간 복잡한게 아닌가 보다. 궁금해 하는 분은 거의 없겠지만 나중을 위해 정리해 둔다.

미국에 대학은 13,000여개 라고 한다. 동네마다 셀 수 없이 많은, 건물 하나 달랑 지어놓고 대학간판 달아놓은 그런 보따리 대학들은 제외한, 진짜 제대로 된 캠퍼스의 대학들의 숫자다. 이 13,000개 대학에서 그런대로 복수의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대학을 다시 추리면 1,300여개 쯤 된다고 한다. 이 알토란 같은 1,300여개 대학 스포츠를 총괄하는 조직이 바로 NCAA 이다.

이 NCAA에 끼이지 못한 대학들은 열받는다. 그래서 이 NCAA에 대항하여 따로 조직하여 운영하는 것도 물론 있다. NAIA, MIBA.. 그러나 유명무실이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들만의 잔치이기 때문이다. 한때 서장훈이 미국에 유학와서 댕겼다던 산호세의 어떤 쪼그만 대학은 바로 NAIA 소속의 학교였다. 웬만한 미국인들은 이런 조직자체가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당시 한국의 찌라시 기자들은 이러한 설명 없이 ‘서장훈이 미국 대학농구에서 뛰게 되고 곧바로 NBA에라도 진출하게 될 것’처럼 보도했지만, 서장훈이 다니던 학교의 농구팀은 미국 대학농구라고 칭하기엔 너무나도 수준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NCAA 소속의 학교라도 디비전에 따라 천차만별로 위상이 갈리는 마당에 NAIA 소속의 대학이었으니 알만하다. 물론 거기에서도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학과성적 미달 때문에. 설사 성적이 되고 실력이 되어서 선수로 뛰었다 할지라도 NAIA 출신선수가 NBA에 진출하기란 하늘에 별달기이다. 아예 불가능하다. 예전에는 한둘 있었다고 하는데 요즈음엔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나중에 얘기한다.

대학스포츠의 지존들의 모임인 NCAA 소속 1,300여개 대학도 다시 규모와 수준별로 등급이 구분이 되어있다. Division I, II, III 이렇게 셋으로 분류된다. 이 구분은 학교의 학생수, 운영하는 스포츠팀의 숫자, 체육특기자에게 주어지는 장학금 액수등등을 기준으로 구분이 된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학금을 수여할 수 있는 자격이다. 즉 체육특기자를 몇 명이나 뽑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깨알보다도 더 많은 미국의 각 고등학교에서 날고기던 농구유망주들은 대부분 Division I 의 대학에 가서 체육특기생으로 장학금을 받으면서 대학을 다닌다. 따라서 체육특기생들이 모여있는 Division I 학교 스포츠팀을 일반학생들이 뛰는 다른 Division 의 학교들이 따라잡기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대형공립학교들과 대형사립학교들이 소속된 곳이 Division I 이다. 중형 사립학교와 소형공립학교들의 모임이 Division II, 기타 작은대학들의 모임이 Division III이다.

우리가 흔히 미국대학스포츠라고 했을 때 말하는 팀들은 오직 Division I 소속의 팀들이다. 다른 디비젼의 게임은 TV중계도 없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도 전혀 없다.

(풋볼에서는 구분이 조금 다르다. 풋볼팀의 수준차가 더 현격하여 같은 Division I 소속의 학교들끼리도 다시 등급을 구분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풋볼에서는 디비전 I 이 Division I-A, Division I-AA 최근에는 다시 Division I-AAA로까지 세분된다.)


지금은 농구얘기를 하는 중이니 다시 Division I 으로 돌아간다. Division I 에는 2006년 현재 328학교가 소속되어 있다. 직접 하나하나 세어본 건데 숫자가 맞을런지 모르겠다. 이 학교들은 다시 32개(Independent 제외 31개)의 컨퍼런스로 또 나뉘는데 이것은 대개 지역에 따른 구분이다. 우리가 잘 아는 Ivy League(원래는 Ivy Group)도 이런 Division I 컨퍼런스 중의 하나를 일컫는 말이다. 근데 그 컨퍼런스에 워낙 공부잘하기로 유명한 학교들이 많이 모여있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동부명문사립대를 칭하는 말로 쓰여지고 있다.

이 32개의 컨처런스 중에는 농구의 최강자들이 꾸역꾸역 모여있는 무시무시한 컨퍼런스(major conference)가 있고(이 컨퍼런스에 소속된 대학들이야 말로 대학스포츠의 왕족이다) 수수깡처럼 약한팀들이 모여있는 한량한 컨퍼런스도 있다. 따라서 각 컨퍼런스별로 실력차가 현격하기 때문에 NCAA에서는 Division I 순위를 매기는 방법이 독특하다.

Division I 의 모든 팀들이 풀리그를 벌이거나 토너먼트를 치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복잡한 방법으로 랭킹을 매긴다. RPI (Ratings Percentage Index)를 이용하는데 승률, 대진상대, 상대팀승률 등등 여러가지 변수를 종합하여 랭킹을 매긴다. 강팀과 상대하여 이기면 점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강팀들이 모여있는 유명 컨퍼런스팀들이 당연히 유리하다. (풋볼에서는 이와는 달리 BCS (Bowl Championship Series) Standing Ranking으로 산정한다)

우리가 3월의 광란이라고 부르는 최종전 64강을 가릴 때엔 다음 두가지 기준으로 뽑는다. 일단 강하든 약하든 각 컨퍼런스 우승팀 31팀에게는 자동으로 출전권을 준다. 그외에 컨퍼런스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객관적으로 전력이 센 34개팀을 선정하여 전체 65팀을 뽑는다.(64가 아니라 65 이다. 64,65 마지막 두팀이 한번 더 붙어서 64로 맞춘다. 이거 NCAA의 폭거다. 나중에 설명한다)약한 컨퍼런스 소속의 학교들은 컨퍼런스 우승을 해야만 64강전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게 진출한다고 해도 대부분 1차전에서 패배하고 만다. 대학농구 최강의 컨퍼런스인 ACC엔 총 12팀이 소속되어 있지만 그중 6개팀이 64강전에 나가서 그중 서너개팀이 16강까지 오르기도 한다.


깨알처럼 수많은 미국의 대학중에서..
NCAA소속의 1,300 여 학교중에서..
Division I 소속의 328 학교중에서..
각 컨퍼런스별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31팀과 위원회에서 선정된 35팀이 나가 노는(Big Dance) 곳이 바로 3월의 광란, March Madness다. 정식명칭은 NCAA Division I Men’s Basketball Championship 이다.

Division I 뿐만 아니라 Division II 와 Division III 에도 이와 똑 같은 64강전이 같이 열린다고 하는데.. 한번도 그 경기를 티비에서 본적이 없다. 결승전 정도는 중계를 하는것 같은데 모르는 학교들이다 보니 눈이 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자 팀들도 똑 같은 선정과정과 똑 같은 방식으로 각 Division 별로 64강전을 벌이지만 Division I Men’s Basketball 외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한다.


강한 팀들이 즐비한 Division I 에서는 이 64강전 말고 NIT라는 것도 같이 열린다. 이 토너먼트는 두번 열리는데 프리시즌 11월과 포스트시즌 3,4월에 두번 열린다. 이중 포스트시즌 경기는 64강전에 초청받지 못한 팀들중 성적이 좋고 고정 팬이 많은 팀들 40팀끼리 토너먼트를 갖는데 이게 NIT(National Invitation Tournament) 이다. 강팀들은 모두 빠져있기 때문에 'Not Invited Tournament' 혹은 'Not Important Tournament', 'Nobody's Interested Tournament', 'National Insignificant Tournament' 라고 비아냥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경기엔 64강에는 탈락했지만 전통의 강호들이 많이 출전하기 때문에 큰 게임은 TV에서 중계를 하기도 한다. 올해엔 몇년전 전미 챔피언이었던 메릴랜드대학이 64강 진출에 실패하고 이 대회에 나왔다.

2005년까지는 MIBA에서 주최하던 것인데 NCAA에서 5천6백만불에 서서 이것도 NCAA에서 주최를 한다. 아까 위에서 말한 64강전에 64팀이 아닌 65위개 팀을 뽑아서 마지막으로 64위와 65위팀간 한번 더 경기를 치른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이 MIBA를 고사시키기 위한 술수였다고 한다. NCAA에서 마지막까지 64팀을 확정하지 않고 65팀을 선정해 한경기를 더 치름으로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NCAA로 끌고와 NIT의 마지막 흥행에 엄청난 차질을 빚게 한 것이었다. 이 기묘한 '64위전' 때문에 둘간에 법정 분쟁이 끊이질 않았는데 이것을 무마하는 조건과 형식으로 NCAA가 NIT를 인수한 것이라고 한다. NCAA가 두 토너먼트를 다 주관하게 되면서 March Madness를 Big Dance로, NIT를 Little Dance로 부르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되었다.


March Madness의 경제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토너먼트의 중계권을 가진 CBS가 NCAA에 지불한 금액은 무려 11년간 6 빌리언 달러이다. 60억불이라는 얘기다. 이게 한국돈으로 얼만가.. 공식음료회사인 코카콜라가 지불한 금액은 500밀리언달러, 즉 5억불이다. 이런 스폰서기업은 수도 없이 달라붙는다. 물론 64강전 이전에도 ESPN등에서 거둬들이는 중계권료와 스폰서기업들이 내는 돈도 어마어마하다.

시즌이 시작되고 중반으로 치달을 즈음부터 TV에서는 대학농구를 띄운다. 쉴새없이 팀별 승패를 비교하고 컨퍼런스 우승자를 가늠하고.. 그러다가 각 컨퍼런스의 토너먼트가 시작되면 드디어 본격적으로 대학농구의 불이 붙기 시작한다.

Division I 의 인기있는 컨퍼런스에 배당되는 금액만 일억달러 가량이라고 한다. 따라서 Division I 의 각 학교는 천만불 가까이씩 배당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선 프로팀이라도 꿈도 꾸지 못할 거대한 초현대식 농구장들이 학교마다 있다. 64강전에 나가서 성적이 좋으면 그 액수는 훨씬 늘어난다. 때에 따라선 일년에 수천만불, 즉 우리돈으로 몇백억원씩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 바로 미국대학농구팀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학에선 우수한 고교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하여 학생에게 주는 공식적인 장학금외에도 선수의 모교에 기부하는 돈, 선수의 부모에게 밀어넣는 검은돈을 아끼지 않고 쓴다. 선수들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NBA의 문은 너무나 좁다. 그곳에 진출하기 위해선 이름을 알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팀이 강팀이어야 한다. 그래서 유망주 고교생들은 강한 팀의 대학으로 진학하고.. 부익부 빈익빈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곳이 미국 스포츠이다.

대학에서 펄펄 날고 아무리 기어봐야 그 중에서 NBA에 진출하는 선수들은 극소수다. 그 극소수 선택받은 선수들의 절대다수가 Division I 의 유명 컨퍼런스 소속대학의 졸업생들이다. 가능한 한 챔피언쉽에 근접하게끔 성적을 올려야 관중의 눈에 각인이 되고 스카우터들의 눈에 든다. 그래서 선수들은 사활을 건다. 경기에 지고 코트에서 펑펑 울어버리는 거구들을 쉽게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기에 져서 우는 게 아니라 자기의 미래와 인생이 걸려있던 경기였기 때문에 그것이 좌절되었을때 그 절망감에 우는 것이다.


March Madness는 전체 64팀을 16팀끼리 하나로 묶어 4개의 Region으로 구성하는데 승부는 단판승이다. 1차전을 마치고 32강으로 좁히고, 또 2차전을 마치고 살아남은 16 팀을 Sweet Sixteen, 3차전에서 살아남아 8강에 든 팀들을 Elite Eight, 각 Region에서 우승한 팀을 Final Four라고 칭한다.

아무리 정규시즌을 전승으로 마치고, 전체 혹은 Region 1번 시드를 배정받은 팀이라 할지라도 64강전 1차전에서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매경기 매경기에 경기 종료부저가 울리기전까지는 결코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가 속출하기 때문에 관중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그래서 3월의 광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올해에는 WBC때문에 잠시 앞부분을 소홀했더니 어느새 4강으로 압축되었다. 각 리져널의 1번시드들이 모두 떨어지고 2번 시드를 받았던 고향팀 UCLA가 오랜만에 4강 Final Four에 안착했다. NCAA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을 일궈냈던 학교가 UCLA다. (알다시피 LA의 두 라이벌 UCLA와 USC. 농구는 UCLA, 풋볼은 USC이다.)

3월의 광란은 약팀이 이변을 내면서 승승장구하는 것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데 그것을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부른다. 올해엔 11번 시드의 George Mason 이라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대학이 강력한 우승후보 코네티컷을 꺾고 4강, 즉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 대학이 소속된 컨퍼런스(CAA)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4강진출팀이 나왔다고 한다. 어제 이 경기 정말 대단했다. 4강전이 시작되는 이번 토요일부터 나도 3월의 광란에 빠져든다. 작년 풋볼에서 USC를 응원했듯이 이번 농구에선 UCLA를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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