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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인종차별 2 - 싫어하는 건 그들의 자유의사

인종차별 / 인종주의는 ‘인종간에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생물학적으로 태생적으로 유색인은 백인보다 열등하다.’ 이 논리로 백인들은 인종차별을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때에 따라선 인종차별을 하기도 한다. 나도 때로는 누군가를 향해 %^*&!#$%^&**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그들보다 생물학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백인이 생물학적으로 우월하다는 이 주장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타당성은 전혀 없다. 고대 중국 아랍 잉카 인도의 문명이 동시대의 유럽문화를 훨씬 능가했었다는 것을 보면 안다. 과거의 역사는 결코 백인이 생물학적으로 능력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근세와 요즈음이다. 백인들의 주장이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원래 유럽지역에서만 국한에서 살던 백인종들이 거의 세계를 집어 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요즈음은 백인들의 전성시대다. 모든 분야에서 지구촌은 백인 천하다. 과학기술, 종교, 문화, 예술, 사소한 일상생활까지 모든 것을 백인들이 지배하고 있다. 이것이 참으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얼핏 백인종들이 진짜로 우월하다는 착각마저도 들 정도이다.

한술 더떠 우리는 백인종들의 모든 것을 동경하며 그들의 옷을 입고, 그들의 음식을 먹고,그들의 음악을 듣고, 그들의 문화에 젖어 산다. 우리 생활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다 백인종들의 문화다. 심지어 백인종을 흉내내어 성형수술을 하고 급기야 백인종들의 나라로 이민을 가기까지 한다.


그러다 막상 우리들이 동경하던 백인들을 직접 생활에서 맞부닥치면, 그렇게 닮고 싶었던 그들의 생활이 모두 ‘유리벽’ 너머에 있는 것임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그 유리벽이 바로 인종차별이다. 한국땅을 떠나기 전에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하던 문제다. 그래서 당황스럽다.

이 인종차별 문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흥분하여 따지거나, 법으로 규제하거나, 이성적으로 설득해서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컨트롤하기가 불가능한 감성의 문제이다.

'너 저사람 왜 이렇게 싫어하는데?'
'그냥 싫어, 그냥 재수없어'

우리는 이런 감정에 흔히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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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여기까지 읽다 한국인으로서 자괴감이 들었을 당신에게 질문 하나 해보자.
‘당신은 인종을 차별하십니까?’

대부분 ‘나는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틀렸다. 그것은 당신이 한국에서 살면서 다른 인종을 접해 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종차별은 세계에서 단연 으뜸이다. 그 모습이 지금은 다만 '민족주의'라는 껍데기를 쓰고 있을 뿐이다. 세계 유일의 단일민족(Homogeneous)국가로 분류되어 있는 대한민국, 그 가공할 민족주의, 그 민족이라는 숭고한 명제 하나로 종교마저도 융화되어 별탈없이 살고 있는 나라다.

앞으로 다른 인종의 유입이 점점 더 늘고 그들과의 조우가 점점 더 많아질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우리들의 이 가공할 민족주의는 결국 인종차별주의로 나타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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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을 크게 셋으로 나누면 Caucasoid, Mongoloid, Negroid로 나눈다.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이다. 그러나 요즈음엔 인종/민족 (race/ethnicity)으로 구분하는 것 같다. 도저히 이 세가지 분류에 속하지 않는 인종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중동계와 인도계, 남미계, 그리고 사모안이라고 부르는 남태평양인들.. 이들은 백인도 흑인도 황인도 아니다.

이들을 보면 인종차별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분명히 백인종과 황인종, 백인종과 흑인종, 황인종과 흑인종들간의 혼혈민족들이다. 침략에 의해서였겠지만 어쨌든 각기 다른 인종들이 융화되어 세월이 흐르면서 그대로 하나의 새로운 인종을 형성하고 한 민족으로 살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인종들이 자기땅에서만 살고 있었다면 인종문제가 생길리도 만무하건만, 남의 땅을 침범해서 땅을 빼앗고 주인을 내쫓거나 핍박하는 백인들로 인해 시작된 것이 인종차별이다. (물론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팔레스타인의 야훼다. 인종청소 대량학살을 서슴지 않았던.)

세월이 많이 흐르면 교잡에 의한 새로운 인종의 탄생으로 자연스럽게 융화가 되어 살겠지만 초기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근대에 이루어진 침탈은 아직 지배와 피지배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민족간 융화가 아직 이루어 지지 않았다. 게다가 요즈음은 이민에 의해 민족간의 이동이 더더욱 활발해 졌기 때문에 지구촌 어디에서나 인종간 민족간의 갈등은 언제 어디서나 인화될 수 있는 불씨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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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야기 한다. 누가 누가를 싫어하는 일은 흔하다. 싫고 좋은 것은 본능적 감성이다. 누구를 싫어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의사이다. 싫다는데야 어떡하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인종차별 역시 그들의 자유다. 내가 중국인들을 싫어하듯이 백인들은 황인종 전체를 싫어할 수도 있다. 그들을 탓하며 흥분할 일이 아니다. 그냥 싫다는데야..

이래서 인종차별 문제가 어렵다. 싫고 좋은 감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으로 인종차별이 용인되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아무리 법으로 '너 저사람들 싫어하지마..' 이래봐야 효과는 없다.

생각하고 생각해도, 고심하고 고심해도 해답이 없는 그런 불가능한 문제다. 법으로도 안되고, 이성으로도 안된다. 상당부분은 불가항력이다. 일정부분은 법과 도덕으로 억제할 수 있겠지만, 속으로 몰래 싫어하는 그걸 무슨 수로 막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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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얘기를 이렇게 반복하는 이유는 그만큼 인종문제가 감정으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란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풀기 어려운 인종차별문제이지만 실타래를 풀 듯 해결책을 찾아보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서는 인종차별이 비단 인종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황인종들 간에도, 백인종들 간에도 인종차별이 있다. 일단 미국에서 백인들간의 차별을 예로 들어보자.

백인이라고 하면 피부색이 하얀 사람들을 뜻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탈리아의 남부쪽 사람들은 오히려 중동계들을 더 닮았다. 검다. 그래도 그들은 그냥 백인으로 분류한다. 한때는 인도계 사람들까지도 백인으로 분류했었다. 지금은 그냥 Asian으로 분류한다.

내 친구 앤초비는 피부색으로만 본다면 백인이다. 하지만 그는 토종 황인종이다. 즉, 인종의 구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부의 색깔이 아니라 신체의 구조다. 뾰족한 코와 얼굴 모양, 큰 키 등의 신체적 특징이 있어야 한다. 특히 금발과 푸른 눈 ‘blonde hair, blue eyes’의 백인만을 순수 백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흔히 서양인하면 ‘금발 머리’가 떠오르지만 실제로 미국에는 금발이 별로 없다. 백인들이라도 갈색 머리가 70%로 가장 많고, 금발 머리 15%, 검은 머리 10%, 붉은색 머리 5%이다.)


→ 인종차별 1 – 생물학적 편견?
→ 인종차별 2 – 싫어하는 건 그들의 자유의사
→ 인종차별 3 – 인종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 인종차별 4 – 상당부분 조상탓
→ 인종차별 5 – 일본인과 한국인
→ 인종차별 6 – 이슈화하면 오히려 손해
→ 인종차별 7 – 우리가 변해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