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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이지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거나 여호와를 믿는거나

크리스마스 때면 싼타 할아버지라는 분이 밤에 몰래와서 선물을 주고 간다는 얘기를 처음 들은게 언제였을까.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아마 국민학교 저학년 때쯤이었겠다. 요즘 아이들 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었다. 아마 그 이전까진 우리나라에 크리스마스나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개념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일거다. (아니면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부산 영주동 그 동네사람들만 모르고 있었는지 그건 모르겠다)

아무튼 너무 큰 다음에 그 산타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난 처음부터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존재를 믿지 않았었다. 단 한번도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왔다 가시려나?’ 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거다. 이건 나만 이랬던게 아니라 아마 당시 내 또래들은 거의 다 마찬가지였을거다. 산타같은 소리 하구 있네..

하지만 당시 실제로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또래 아이들도 있었을 거다. 양말이 커다래야 산타할아버지가 큰 선물을 놓고 간다며 큰 양말에 집착하던 그런 애들. 그 아이들의 의식구조에 산타할아버지는 실제로 실존하는 그런 인물이었겠다. 그래서 ‘울면 안돼!’ 라는 소릴 믿고 크리스마스 근처가 되면 아무리 서러워도 울지 않고, 자기네 집에 굴뚝이 없음을 걱정하면서 크리스마스날엔 문이라도 열어놓고 자야한다고 우기고 그랬었겠다. 하지만 애시당초 산타의 존재자체를 믿지 않았었던 나같은 아이들에게 이런 애들은 신기했다. 어떻게 산타를 믿을까? 저거 바보들 아냐?..

그나저나 그 아이들은 대관절 어떻게 산타의 존재를 여전히 믿고 있었을까? 지능이 낮은 애들이라서? 아니다. 그게 아니라 그 아이들이 처음 산타할아버지 얘길 들었던 때가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렸을때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 산타의 얘길 듣고, 그걸 곧이 곧대로 믿었는데, 그 이후에 산타가 가상인물이라는 증거 없이 그냥저냥 세월이 흐른 것이었겠다. 

여기엔 그집 어른들도 크게 한몫 했었을 것이다. 걱정하는 아일 위해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는 문을 열어놓았었고, 아이가 걸어놓은 양말에 선물을 몰래 집어넣고 아침이 되면 아이와 함께 산타가 다녀갔다며 탄성을 질렀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같이 노력했었을 것이다. (못사는 집 아이들은 산타의 허구를 일찍 깨달을 수밖에 없었고, 부잣집 아이들은 늦게까지 산타를 믿었을 수도 있겠다.)

근데 중학생이 되어서까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 아이가 있을까? 없다. 워낙 부잣집이라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도 여전히 산타놀이의 장단을 맞춰주는 부모가 있었더라도, 그걸 믿는 아이는 없다. 천진한 부모를 이용해서 큰 선물을 노렸으면 노렸지.


이게 정상이다. 어렸을 때엔 산타의 존재를 믿다가도, 철이 들면 산타의 허구를 깨닫지만, 그로 인해 산타의 실존보다는 산타의 상징적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산타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되는 거. 그렇게 더 아름다워진 산타를 그리워하고 이야기하게 되는 거. 


근데 만약..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산타할아버지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굴뚝이 큰 집에 살면서, 굴뚝 입구에 웰컴싸인 붙여놓고, 요기하고 가시라고 따뜻한 음식을 차려놓고, 선물 안 주실까봐 평생 울지도 않고, 선물 많이 달라고 초대형 양말을 거실에다 정성스레 걸어두는 사람이 있다면?

불쌍하다. 측은하다.

그래서 하도 보기에 안되어서 ‘산타란 없단다. 산타는 그저 상상속의 할아버지야’ 라고 말해주었더니, 그 얘길 듣자 길길이 날뛰면서 ‘산타가 안 계신단다. 이 불쌍한 넘이 산타를 못 믿는단다.’ 그러길래 ‘너 산타 직접 본적 있냐?’ 했더니 ‘난 산타를 본다아. 못보는 니가 이상한거다아’ 막무가내다. 그래서 혼잣말로 ‘저능아 아니면 돈거야’ 했는데 그걸 듣고 ‘이놈이 우릴 욕한다아. 쳐 죽이자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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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랐는데 지난주 추수감사절 연휴때 뭘 사러 큰 매장엘 갔더니 크리스마스 캐럴이 벌써부터 난리다. 크리스마스가 머지 않았나보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산타할아버지가 무슨 선물을 주고 가실려나 모르겠다. 산타할아버지가 참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