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얘기

밴조 도전기 5 - 네가지 문제에 봉착하다

밴조를 배우기로 작정했다. 근데 막막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더니 아직까지 밴조를 가까이서 직접 본 적도 없다. 주변에 밴조를 한다는 사람도 없다. 당근 물어볼 데도 없다.

독학의 귀재 아니었든가.. 일단 악기부터 사기로 했다. 질러놓으면 그 뒤는 다 되게 되어있더라.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밴조가 한 종류가 아니다. 네줄짜리, 다섯줄짜리, 여섯줄짜리가 있다. 악기를 사는 것도 막힌다. 이거 어떤 걸 사야 하나. 괜히 잘못 시작했다간 남들 아무도 안하는 걸 혼자서 하는 경우가 생기겠다. 차근히 살펴보니 5-string banjo에 대한 정보가 가장 많다. 그리고 얼스크럭스를 조사할 때 5현 밴조의 아버지니.. 뭐 이런걸 봤던 기억이 난다. 그래 5현 밴조를 사자. 얼마전 기타를 샀었던 musician’s friend에 들어갔다. 가격대만 정하고 물건을 검색하니 $300 ~ $400 가격대에 해당되는 밴조가 열댓개 된다. 기존 구매자의 평가가 댓글로 가장 그럴 듯 하게 달려있는 걸 그냥 찍었다.

예전에 기타를 샀을때 삼사일 정도만에 도착 했었는데 밴조는 일주일이 지났도록 소식이 없다. 일주일만 더 기둘려 보자. 안 온다. 마음이 급해진다. 금새 악기가 올줄 알고 블로그에다가 덜렁 ‘밴죠도전기’라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밴조를 아직까지 구경도 못하고 있다.

좋다. 미국에서 배달 기본이 3주니까 3주까지만 기둘려 보자. 안 온다. 전화해서 확인해 봤더니 그제서야 일러준다. Back Ordered.. 재고가 없어 생산자에게 주문을 넣었댄다. 그 사실을 내게 이메일로 알려줬다고 우긴다.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되냐니까 늦어도 앞으로 2주면 된단다. 좋다 3주를 기다렸는데 그깟 2주야.. 기다렸다. 또 안왔다. 그 무렵 블로그에 어떤 분이 밴조이야기 언제부터 나오느냐고 의혹을 글을 올리셨다. 뜨끔하다. 아직 밴조를 만져보지도 못했다. 다시 전화를 했다. 띠바들이 약속을 못 지켰으면 지네가 먼저 전화를 할일이지 꼭 내가 하게 만든다. 지난번 담당자가 ‘잘 몰라서’ 2주라고 잘못 그랬댄다. 2주정도 더 늦어진댄다. 한국같았으면 딱 부러지게 매섭게 따질텐데.. 이렇게 따지는 영어는 내가 할줄을 모른다. 다행히 전화 받는 놈의 자세가 상당히 공손하니 더 기다리기로 했다. 나보고 굉장히 좋은 사람이랜다. 그게 아니다 띠바야, 싸우는 영어가 안되니까 그런거다.

최초 주문일로부터 두달이 넘었다. 역시 안 왔다. 이번에는 이 시바쉐이들이 먼저 전화를 했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은데 기다리겠냐고.. 단칼에 싫다고 했다.
나도 성질 있다.


Amazon에 들어갔다. 같은 가격대에서 하나를 골랐다. 빨리만 오면 된다. 어느날 병원 한쪽 구석에 길쭉한 패키지가 기대어져 있는 걸 봤다. 밴조다. 근데 왜 저게 왔다는 걸 안 알려줬지? 일 안하고 놀까봐 그랬댄다. 그들이 걱정하던 대로 바로 일 팽개치고 포장을 뜯었다. 가슴이 설레인다. 난생 처음으로 밴조를 직접 실물로 보는 순간이다.

흥겨운 가락에 넋을 앗긴채
살포시 일어나는 밴조는 선녀이런가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찬찬히 살펴보니 한눈에 희한한 게 있다. 다섯번째 줄이 반통가리다. 엄밀히 말하면 반통가리는 아니지만 기럭지가 현저하게 짧다. 게다가 젤 굵어야 할 놈이 젤 가늘다. 그동안 멀리서 봤을땐 당연히 기타처럼 줄 구성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 이거 아주 웃기게 생겨 먹었다. 밑에서부터 가는줄로 시작해서 점점 굵어지는 네줄은 정상인데 마지막 젤 윗줄은 길이가 반통가리에 가늘기도 젤 가늘다. 참 희한한 줄 구성이다.

늘어져있는 밴조의 줄을 땡겨서 처음으로 튕겨볼 시간이다. 근데 줄이 헤드에 짝 달라붙어있다. 이래가지고선 소리가 날리가 없다. 그러나 어떻게 밴조를 셋팅 하는지 어떻게 튜닝을 하는지 설명서가 없다. 다시 인터넷을 찾아 들어갔다. 브릿지라는 걸 중간에 걸쳐야 한다고 되어있다. 찾아보니 포장안에 그런게 있길래 그걸 줄과 헤드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제서야 모양이 좀 나온다. 각 줄의 음을 GDGBD로 맞추라고 한다. 가만 보니 이거 내가 아는 튜닝이다. 클래식 기타에서 스패니쉬 판당고를 칠 때 하던 그 변칙 튜닝이다. 아마 스패니쉬 판당고에선 A였던 걸로 기억된다. 한음을 올려 줄을 이렇게 G로 오픈 튜닝 했다.

드디어 밴조의 셋팅이 다 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줄을 퉁겼다. 그러나 시작부터 다섯번째 줄이 심하게 팅팅거린다. 중동지방 전통음악의 간드러지게 윙윙거리는 현악기소리가 난다. 나중에 실력이 붙으면 나아지겠지.

1. 이게 첫번째 문제였다. 다섯번째 줄의 팅팅거림.
인터넷에서 하라는 대로 pick을 손가락에 끼웠다. Thumb pick은 예전에 몇번 사용해 본 적이 있어서 그런대로 괜찮은데 finger pick은 여간 어색한 게 아니다. 원래 손톱보다 얼마만큼 나오게 끼워야 하는지 각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대충 손가락에 끼웠지만 이거 여간 부자연스러운게 아니다. 초보도 이런 초보가 없다. 철제로 된 갑옷을 입고 무도회장 나온 기분이다. 이거야 말로 느낌상 익숙해 질때까지 도리가 없겠다.

2. 이게 두번째 문제였다. Pick에 대한 손가락의 거부감


악기가 도착하기전 두달정도, 인터넷에서 보니 네번째 손가락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았다. 밴조가 아예 다루는 첫 악기인 사람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기타를 치던 사람들은 네번째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진짜로 그런지 안 그런지 기타를 잡고 해봤다. 진짜로 그렇다. 네번째 손가락이 미친년처럼 여기저기 따라 붙는다. 아무리 헤드에 붙이고 있으려고 해도 안된다. 골프에서 ‘그립의 중요성’과 마찬가지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기타를 잡고 네번째 손가락 죽이는 연습을 했다. 열심히 했지만 좀처럼 되지 않는다.

밴조를 잡고 시도하니 그나마 기타에서보다는 약간 더 잘 되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론 불편하지만 핑거픽이 세번째 손가락까지만 끼워져 있어서 그런 거 같다. 픽이 조금 익숙해 지자 기타에서 익숙하던 쓰리핑거주법.. 밴조 느낌이 확 난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 사에 네번째 손가락이 미친년처럼 널뛰고 있다. 네번째 손가락을 붙이기 전엔 더이상 아무런 진도도 나가지 않기로 굳건히 다짐했다. 네번째 손가락과 새끼 손가락을 밴디지로 묶었다.

3. 세번째 문제이자 가장 힘든 문제.. 네번째 손가락 문제였다.


이상한 일이 하나 더 있다. 네번째 손가락 헤드에 붙이는 훈련을 하다가 지겨우면 잠시 스패니쉬 판당고를 쓰리핑거로 바꿔서 연주했었는데 이상하게 프렛이 윗쪽으로 올라오면 음정이 뒤틀린다. 한줄만 그런게 아니라 다섯줄이 전부 그렇다. 알 수가 없다.

4. 이게 네번째 문제였다. 윗쪽 프렛을 잡으면 음정이 뒤틀린다.


→ 밴조 도전기 1 – 배워야겠다
→ 밴조 도전기 2 – 장르
→ 밴조 도전기 3 – 컨츄리 음악
→ 밴조 도전기 4 – 블루그래스 음악
→ 밴조 도전기 5 – 네가지 문제에 봉착하다
→ 밴조 도전기 6 – 기본문제 겨우 해결
→ 밴조 도전기 7 – 기초편을 덮어버렸다
→ 밴조 도전기 8 – 나홀로 밴조는 외롭다
→ 밴조 도전기 9 – 카포
→ 밴조 도전기 10 – 조강지처에 돌아가다/a>
→ 밴조 도전기 11 – 랙타임 기타와의 만남
→ 밴조 도전기 12 – 도망자의 변명
→ 밴조 도전기 13 – 장식품 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