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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얘기

밴조 도전기 6 - 기본문제 겨우 해결

이거 제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다섯번째 줄은 심하게 팅팅거리고, 스트랩이 없으니 밴조를 들고 있는 것조차 불편하고, pick들이 아직 어색해서 손가락의 이질감이 너무 심하고, 네번째 손가락은 계속 미친년 널뛰기 하고, 조율이 제대로 안되었는지 음정은 뒤틀리고..

이 무렵이었다. 어떤 분께서 내 블로그의 밴조도전기 글을 읽으시고 인사말을 남겨주셨는데.. 그분이 알려주신 싸이트를 찾아 들어가 봤더니.. Bluegrass Seoul Band의 밴조맨, 이종희 님이다. 속말로 이거 웬 떡이다. 

뭐부터 여쭈어 볼까? 가장 골치아프다고 느껴지던 네번째 손가락문제를 질문 드렸다. 개운하게 답을 주셨다. 중요한 것이니 해보긴 해보되, 정 안되면 그냥 ‘당신 편한대로’ 하라고. 중요한 것이라니 악랄하게 더 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된다. 네 손가락을 다 쓰던 그 20년 버릇은 좀처럼 버려지지가 않는다. 사부님도 정 안되면 그냥 손가락을 띄우고 하라 하셨는데 그렇게 할까? 그러나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낀건데.. 선배들이 하라는대로 따라하는게 항상 맞다는 걸 안다. 계속 밀어 붙이기로 했다.

스트랩을 사서 걸치니 밴조를 잡는 자세가 편하게 되고 네번째 손가락도 한결 새끼손가락과 얌전히 붙어 있기 시작한다. 죽어도 안될 것 같더니 되기는 된다. 한달정도 걸린 것 같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세번째 문제도 어느덧 슬슬 풀려가기 시작한다.

DVD를 보면서 연습을 시작했는데 내 밴조의 다섯번째 줄 소리는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내 밴조.. 아무래도 이거 불량품인 것 같다. 어째 처음부터 무게도 너무 무겁고 그렇더라니.. 리턴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혹시 내가 상하게 한 데가 있는지 보려고 밴조를 살펴보았다. 헤드 중간 윗쪽에 빨간게 뭔가 묻어있고 아랫쪽에는 시커먼게 묻어있다. 지우개로 지워봤지만 안 지워진다. 가만히 따져보니 내 thumb pick과 finger pick이 위치하는 부분의 아랫쪽이다. 내 Thumb Pick을 보았다. 빨간색이다. 아직 익숙치를 않아서 픽이 줄을 치기전에 아랫쪽 헤드부분을 계속 쳤었나보다. 그래서 떰픽의 빨간색과 핑거픽의 검은색이다. 죽어도 안 지워진다. 리턴 안 받아줄 거 같다. 리턴은 글른거 같다.

기본 롤패턴 연습을 하긴 하지만 이거 다섯번째 줄소리가 두고두고 귀에 거슬린다. 팅팅소리가 날때마다 짜증이 난다. 자연히 연습도 게을러지기 시작한다. 어느날 밤 불현듯 뭔가가 떠올랐다. 혹시 한 옥타브?..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밴조를 살펴보니 다섯번째 줄이 맥없이 한 옥타브 낮게 감겨져 있다는 걸 알았다. 기가 막힌다. 명색이 기타 30년이라는 자가 이런 한심한 짓을 저질러 놓고도 모르고 있었다니. 다섯번째 줄을 한 옥타브 올려 감으니 팅팅거림이 없어졌다. 어이가 없었지만 개운하다. 첫번째 문제도 해결이 되었다.

개방현에서는 음정이 맞다가 윗쪽 fret에서 음정이 뒤틀리는 건 어떻게 늦춰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음정이 뒤틀리는 것에 대해선 내용이 없다. 그때 문득 브릿지가 떠올랐다. 혹시 저 브릿지의 위치 때문에? Bridge setting으로 검색해 봤다. 찾았다. 12번째 프렛을 잡고 양쪽을 튕겼을 때 이쪽 저쪽의 소리가 같아야 한단다. 그렇게 위치를 조절했더니 음정이 뒤틀리는 현상이 많이 없어졌다. 기타를 보니 브릿지가 약간 사선으로 고정되어 있다. 밴조도 그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귀로 들어서는 직각으로 셋팅해도 소리가 바로 잡히는 것 같은데.. 요건 잘 모르겠다. 일단 음정이 뒤틀리던 네번째 문제가 풀렸었다.

오늘 알프스님이 말씀해 주시길 중간에 브릿지의 위치가 움직이니 가끔 확인하라 하셔서 조금 전 12번째 프렛을 잡고 다시 점검해 봤는데.. 이상해졌다. 틀림없이 처음에 브릿지의 위치를 맞춘 이후, 개방현때나 프렛을 잡았을 때나 음이 정확히 맞고 있었는데, 오늘 점검해 보니 12번째 프렛에서의 양쪽 음이 틀리다.즉 nut 과 bridge의 중간지점이 12번째 프렛이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도 연주시 음은 맞는다. 브릿지를 원칙대로 조정하니 이번에는 음이 틀어진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브릿지가 tailpiece 쪽으로 많이 밀려나 있었는데 그 상태에서 음이 맞는다. 해결된 줄 알았는데 이게 다시 괴롭힌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희안한 문제가 하나 또 생기고 있다. 죄책감이 든다. 죄책감? 밴조 연습하면서 무슨 죄책감? 평생 같이 살던 조강지처를 버리고 새 여자를 찾아 집을 뛰쳐나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다른 년 좋다고 집나간 서방 바라보듯, 기타가 날 째려본다. 엄밀히 말하면 두 마누라다. 어쿠스틱 기타와 클래식 기타. 그 동안은 둘 사이가 과히 좋아보이지 않았더랬는데, 밴조라는 공동의 적이 생기자 사이좋게 한배를 타고 날 째려본다.

이거 어찌 해야하나? 이 여자도 좋고, 저 여자도 좋고, 또 새로 생긴 여자까지도 좋은데 이를 어찌하누?
세 여자 다 데리고 살 방법도 있는 건가, 아니면 한 여자만 선택해야 하는 건가?


→ 밴조 도전기 1 – 배워야겠다
→ 밴조 도전기 2 – 장르
→ 밴조 도전기 3 – 컨츄리 음악
→ 밴조 도전기 4 – 블루그래스 음악
→ 밴조 도전기 5 – 네가지 문제에 봉착하다
→ 밴조 도전기 6 – 기본문제 겨우 해결
→ 밴조 도전기 7 – 기초편을 덮어버렸다
→ 밴조 도전기 8 – 나홀로 밴조는 외롭다
→ 밴조 도전기 9 – 카포
→ 밴조 도전기 10 – 조강지처에 돌아가다/a>
→ 밴조 도전기 11 – 랙타임 기타와의 만남
→ 밴조 도전기 12 – 도망자의 변명
→ 밴조 도전기 13 – 장식품 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