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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3불정책 4 - 원론으로는 반대, 그러나 아직은..

교육에 대한 견해는 그야말로 만인만색일 것이므로 3불정책이라는 이 주제, 더 이상 끌지 않겠다.


경쟁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경쟁을 인위적으로 금지하는 3불정책이 원론적으로는 틀린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즉, ‘원론적’으로 나는 3불정책을 반대한다. 비록 기회는 균등해야 하지만 ‘중간 노력의 결과’마저도 균등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고교간 학력차가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니 그것을 계속 외면할 수도 없고, 대학에서 학생들의 선발에 자율권은 지극히 당연하며, 재정의 확충을 위해 가진자의 부를 교육에 분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3불정책이 폐지되면 어떻게 좋아질까?

[그림 1]
능력이 뛰어난 아이가 하향 평준화 교육때문에 자질을 계발할 기회를 잃지 않고 좋은 자질을 가진 아이들이, 좋은 학교에 몰려, 좋은 교육을 받아, 장차 국가의 동량으로 성장할 것이다. 또 능력이 덜한 아이는 실현 불가능한 쓸데없는 경쟁에 학창시절을 소진하지 않고 일찍부터 자기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제 갈길을 찾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을 꼭 가야만 사람구실을 한다는 강박관념도 언젠가 희미해 질것이며 바야흐로 대학이란 곳이 ‘갈 사람만 가는 곳’으로 제자리를 잡을 것이다.

대학도 학교의 교육이념과 기준에 맞는 적절한 신입생을 선발하여 최대한 그들에게 맞춤 교육을 베풀 것이며 대학간 건전한 경쟁으로 대학의 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것이다. 또 지방의 중소사립대 역시 나름대로 특화된 틈새전략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아 나름대로 제 몫을 다 할 것이며 또 다른 신흥 명문대의 탄생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또 한동안은 부작용과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언젠가는 기부문화가 일반사람들에게 받아 들여져 곧 정착 활성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진 자들의 부가 교육의 자원으로 재분배 사용될 것이니 대학의 질적 양적 발전이 크게 이루어 질 것이며, 가난한 학생들의 수업료가 경감되고 장학금 수혜자가 늘어나 전반적인 교육평등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아름다운 그림이 현재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될까?
교육광풍 우리나라에 3불 정책이 폐지된다면.

[그림 2]
고교등급제가 시행되어 명문고등학교와 똥통고등학교가 구분된다고 하면 고교입시가 곧 부활될 것이다. 모든 고등학교가 너도 나도 명문이 되기 위해 신입생 선발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한 애들 데려다가 힘들게 가르치느니 머리좋은 아이들 데려다가 대충 가르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에 고교입시는 틀림없이 부활된다. 그렇게 되면 전 국토의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마저 숨막히는 입시지옥으로 떨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은 일부 중학생 아이들만 특목고에 가기 위해 고삼 수험생처럼 중학교 3년을 보내지만 이제는 전국의 모든 중학생과 초등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기계로 전락할 것이며 부모들은 더 일찍부터 들이닥치는 과외비 부담으로 돈을 더 벌기위해 등뼈가 휠 것이다. 명문고에 많이 진학시킨 중학교가 있는 학군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며 똥통학교의 주변은 슬럼화 될 것이다. 게다가 소위 ‘똥통’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의 빗나간 행동들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며 엘리트와 양아치,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질 것이다.

본고사가 부활되어 각 대학마다 어려운 본고사로 학생들의 능력을 변별하기 시작하면 가뜩이나 사회문제가 되는 사교육열풍은 더욱 하늘을 찌를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액과외가 독버섯처럼 늘어날 것이며 고등학교의 교육은 더더욱 입시학원화 되어 전인교육, 공교육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기여입학이 허가되면 그 기부금이 서울지역의 명문대에만 집중적으로 몰릴 것은 명약관화한 일, 서울지역의 대학과 지방대간 격차는 더더욱 벌어져 지방대가 일어설 수 있는 기회마저 아예 사라질 것이다. 결국 학벌위주의 병적 사회현상은 더더욱 짙어질 것이다.


자..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시는가? 그림 1일까 그림 2일까?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보면 이런 예측이 사실에 가까운지 아니면 비관론자의 패배주의적 논리인지 판단이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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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냥 만인만색중의 한가지이다.

고교등급제. 난 반대한다.
모든 고등학교와 고등학생에게 아직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공정하다. 고교생의 나이이면 아직은 공부가 싫고 행동이 삐딱한게 정상이다. 그 철부지 어린 나이엔 학교공부보다는 여러 경험을 재밌게 해봐야 할 나이다. 더 놀아야 한다. 한창 놀아야 할 그 어린 나이에 일생을 결정짓는 관문을 통과하게 하는것도 불합리하며 가혹한데 그것을 3년 더 앞당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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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만할 땐 그저 존나게 놀았으면 좋겠다.)

또 서울과 지방의 교육여건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즉, 지방의 열악한 교육 여건에서 1등을 한 학생이라면 서울처럼 좋은 환경에서 공부했을때 서울에서도 충분히 1등 할 수 있을 것임을 고려해줘야 한다. 전국의 어느 고등학교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조건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고, 특정 지역과 특정 계층의 아이들만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현실에서 고교등급제는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너무 잔인하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청소년들에게 정규교육을 하는 기관일까?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는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학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인교육을 부르짖는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쫓겨나며 모든 커리큘럼은 입시제도에 연동하도록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전인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김대중과 김영삼이 화해를 하고 같이 부부동반으로 복식 탁구를 치는 걸 기대하는 것보다 가능성이 낮다. 고교등급제가 시행되면 이 현실은 더욱 참담하게 심화될 것이다. 서울대 몇 명 보냈느냐가 학교의 순위를 판가름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목고라는 희한한 고등학교가 생긴지 얼마 안되어 전국의 중학교에서 공부를 좀 한다하는 아이들은 전부 특목고 진학에 목숨을 걸었다고 들었다. 아니 그 부모들이 목숨을 걸었다. 특목고에 몇 명을 진학시켰느냐가 그 중학교의 등급이 되어버렸다. 한창 놀아야 할 중학생들을 잡는 이 서울대 전문 입시학원. 이런 특목고같은 괴물학교가 전국에 수도 없이 생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을 시험준비로 모두 죽이려 하는가?


본고사 부활. 난 반대한다.
물론 예전처럼 무식하게스리 수학과 영어만으로 모든 걸 변별하려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본고사는 본고사다. 난 예전에도 본고사에 치를 떨었었다. 가뜩이나 하기 싫은 수학인데 달랑 한문제 내지 두문제 나오는 본고사의 수학은 숨이 막혔다. 전두환 딸과 동기라는 덕에 고삼 여름방학때 갑자기 본고사가 폐지되어 한숨 돌렸다.

합격을 좌우하는 그 본고사가 부활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이십팔년전 내가 겪었던 그 숨막힘의 수십배 이상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대학 편하라고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죽음의 나락에 떨어뜨려서는 안된다고 본다. 또 우리사회에 본고사를 위한 사교육과 고액과외의 광풍이 불 것임은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다. 나는 전두환이 다시 집권해서 과외금지, 사설학원 폐쇄, 토지 공개념 조치를 내렸으면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들 똑 같이 못하게. 이런 걸 사회자본주의라고 하면 되나?

사교육비에 부모들의 등골이 빠진다. 생활비의 대부분이 자식들 사교육비라고 한다. 한국의 내 친구들 자식들 교육비는 엄청난데 직장에서 위치는 아슬아슬하다. 몸보다 마음이 십년은 앞서 늙어간다. 엄마마저도 아이들 사교육비를 위해 일을 한다. 때로는 몸까지 판다고 한다. 오로지 내 자식 과외공부를 위해 내 인생은 버렸다.

이런 미치광이 경쟁에 염증을 느낀 부모는 자기 아이를 일찌감치 외국으로 내 보낸다. 기러기아빠 기러기 엄마가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을 서울대발전위원회 위원장이란 작자는 '3불 정책으로 인해 고등 교육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학생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 이라고 분석을 했다.

철부지 어린 아이들의 성적경쟁은 학교에서만 하게 해야 한다. 똑 같은 처지에서 경쟁을 시켜 그 중 우수한 놈을 뽑으면 된다. 공부는 대학에서 부터 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대학이 노력만 한다면 본고사 없이도 얼마든지 우수한 아이들을 뽑을 수 있다. 고교졸업시의 성적이 아니라 앞으로의 ‘가능성’으로 신입생을 뽑아야 한다.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 대학의 좋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대학은 편하고 아이들을 죽이는 본고사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기여 입학제. 난 어정쩡하게 찬성한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학력을 돈으로 사고판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일 것이다. 애비가 돈이 많다고 덜떨어진 자식이 명문대 입학이 가능하다니.. 정서상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렵겠지만 까짓거 받아들이자. 돈을 무지하게 많이 받으면 될거 아닌가? 한 오백억정도씩. 또 그렇게 들어온 놈이 꼴통이라면 졸업을 안 시키면 될 거 아닌가?

예전에도 편법으로 기여입학 많이들 했었다. 지난 80년도에 2억 정도였다. 물가를 감안하고 편법이 아닌 정공임을 감안할 때 지금은 최소한 100억은 넘어야 한다고 본다. 쩨쩨하게 20억 30억이라면 그건 문제가 될 것이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양극화가 표면화 될 것이고 씨파씨파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최소 100억에서 500억정도.. 이 정도면 계층간 불평등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 않을까? 이정도 가진 자와의 불평등은 누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가난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 장학금 주고 학교 시설 돌보고.. 이러면 안될까? 누가 아는가?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부자들 사이에 건전한 기부문화가 형성될 지.

돈 많은 놈이 돈 펑펑 쓰는 거, 그 덕에 못난 자식이 득보는 거.. 배는 아프지만 사실 이거 이상하게 보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갑자기 그러긴 어렵겠지만 노력해 보자.

두번째 문제가 바로 명문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간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기부금이 명문대로만 쏠릴터이니. 그러나 여기엔 그냥 경쟁을 도입하자. 지금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한국의 어느 지방 사립대가 악조건을 이겨내고 새로운 명문으로 올라서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경영을 합리화하고 대학 전체가 합심해서 노력하면 된다는 걸 보여주었다고 한다.

사학재단의 불투명한 운영과 경영도 기여입학제를 가로막는 벽일 것이다. 학교운영과 경영을 합리화할 생각은 안하고 아이들 등록금만 천정부지로 올리다가 그것도 모자라니 기여입학?.. 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로니하게도 사립대학들이 이번에 3불정책을 핑계로 정부와 맞서는 것이 아마 이 이유일 것 같다. 대학 자율권쟁취라는 평범한 이슈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사학법 재개정을 필두로 여론몰이를 하여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면서 정부의 지원은 올리는 것. 그것을 위해 뜬금없이 3불정책과의 전쟁을 시작했을 것이다. 이 얘긴 그냥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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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억울한 피해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피해자를 생각하기엔 전체에 끼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작용을 겁냈다간 사회가 몰락할 수도 있다.

기득권층의 굳히기 행위가 날이 갈수록 심해 지고 있는 이 때 (부동산 광풍과 사교육 광풍) 정상교육의 붕괴는 계층간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결코 올라올 수 없게 계급의 벽이 더 견고히 높아질 것이다. 가뜩이나 부동산과 사교육으로 국민들의 계급이 괴리되는 이 왜곡된 사회에서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부활은 계급 고착화의 결정타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에서 비롯한 갈등이 심각하다. 사사건건 국론은 둘로 갈려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각자의 이해관계에만 몰두하여 당파싸움에만 매달려 있다. 이제 더 갈라지지는 말자. 이쯤해서 일단 모이자. 노래하자.


3불정책에 원론적으로 반대한다. 그러나 아직은 폐지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 3불정책 1 – 서울대의 신입생 논란
→ 3불정책 2 – 교육계의 암초, 서울대
→ 3불정책 3 – 대학의 경쟁력이 신입생의 경쟁력?
→ 3불정책 4 – 원론으론 반대, 하지만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