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울만큼 지저분하던 삼척 재래시장도 없고
출발 시간 마냥 기다리던 시골 버스도 없고
오금저리게 하던 비포장 절벽 길도 없고

낡은 미닫이와 투박한 주인의 맹방상회도 없고
왁자지껄 휘파람 콧노래의 기나 긴 솔숲 길도 없고

누가 잠들어 있는지 이름없는 무덤 숲도 없고
쳐다보면 울컥하던 우리 13호와 휴양촌도 없고

그때의 사람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져 없고

결국 근덕이라는 이름마저도 빼앗겼지만
그래도 마지막 그 곳을 찾았을 때 다행히
해변과 섬이라도 그대로 남아있는 게 얼마나 고마웠는데
그걸 그렇게 지켜준 우리마을터 앞 ‘군사지역’ 팻말이 얼마나 고마웠는데

근데 옆 바닷가가 그새 그렇게 유명한 곳이 되었다고
거 참 디게 속상하구먼
우리 마을터는 절대 변하면 안되는 덴데
예전 오랜만에 찾아갔다 내눈을 베어버린
사라진 흑석동 벽돌집처럼
근덕바다마저 우리 가슴을 찢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는데
근덕 지킴이
조짐 보이면 바로 연락하소
내 바로 중무장하고 날아갈 테니
우리땅은 우리가 지킵시다 |